요즘 이 시대는 무척 빠르다. 그래서 뭐든지 요약되고 생략된다. 요약되고 생략되다보니, 우리 마음도 요약되고 생략될 때가 참 많이 있다. 서로 마음을 주고 받는 것이 없어졌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관계는 '이익에 의한 이해관계'만이 남아버렸다. 이런 삭막한 세상을 어찌 되돌릴 수 있을까? 한번의 웃음이, 한번의 인사가 바꿀 수 있을까?
아침마다 오는 조금 부족한 친구가 있다. 매일 아침 엄마와 함께 와서 이것저것을 고르고 사서 간다. 하루는 미션이 있었나 보다. 매일 같이 들어오던 그 친구의 어머니는 밖에서 기다리시고, 그 친구가 딸기우유를 골라 계산대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는 만원을 낸다.
난 돈을 받아 딸기우유를 바코드찍고, 비닐봉지에 담은 후 거스름돈과 함께 그 친구에게 주었다. 그랬더니 그 봉지와 거스름돈을 받은 그 친구는 거스름돈을 호주머니에 넣고, 봉지 안을 살펴본다. 그리고 우물주물하더니,
"빨대 주세요"
그 말을 듣자, 아차 했다. 매번 음료를 사면 빨대가 필요하다고 넣어주고는 했는데 이 친구를 보느라 깜박했던 것이다.
"미안해요, 내가 깜박했네요. 여기 봉지에 넣어드리면 되죠?"
"네"
그러면서 환히 웃어준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마음 속 깊이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다. 거기서 다가 아니였다. 그 친구가 나가면서 말한다.
"내가 더 미안해요"
밖에서 아들은 그 딸기우유에 빨대를 꽂아 엄마에게 준다. 엄마는 아들 먹으라고 다시 돌려준다. 아들은 한사코 엄마가 한 모금 마시길 원했던지, 한참 후에 엄마가 한 모금 마시자 그때서야 우유를 돌려받고는 엄마 뺨에 입을 맞추며 깔깔대며 웃는다. 엄마는 그런 아들 머리를 쓰다듬고, 같이 걸어간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들과 소통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어쩌면 더 단절을 경험했던거 같다. 그런데, 이 모자를 보면서 나는 소통을 넘어, 이제까지 나 자신도 마음의 생략과 요약을 하고 있었단 걸 그 모자를 통해 깨달았다. 그래서 '고마움'을 느꼈으리라.
교회 역시, 그리스도인 역시 그런 모습이지 않을까? 예수 그리스도를 말하면서 사실은 따스한 관계도, 사랑도 없는 그런 모습. 그게 지금 우리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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