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목회자

편의점 교회 1 - 천천히 천천히.

숑숑숑~ 2013. 7. 2. 10:07

 

외국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오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이 바로 '바쁘다'이다. 공항에 내려서부터 사람들을 바라보면 모두들 여유보다 무언가를 바삐해나가는 것을 본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조류에 묻혀 덩달아 바빠지곤 한다. 가끔은 특별히 한 일이 없는데도 온 하루가 바빴던 느낌이 들 정도다.

 

목회를 하면서도 그랬다. 신앙이 바삐 또 열심히 뭔가 한다고 더 주께 가까이 가는 것은 아닐텐데, 숨을 헐떡거리며 모두들 정신없이 봉사고, 기도고, 예배고, 심지어는 성찬과 예찬(점심)까지 한다. 잔잔히 주를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볼 시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듯 말이다.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는 특이한 경험을 한다. 밤에 오는 손님들은 느리다. 좀비같다. 술에 대부분 취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대체적으로 느리다. 하지만 해가 뜨고 아침이 되면서는 바빠지기 시작한다. 걸음걸이부터 빠르고, 물건도 빨리 올려놓고, 계산도 빨리하라고 재촉하며 재빨리 떠난다. 그런데, 이상한 여고생을 만났다.

 

저기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도 여유로웠다. 마치 영화에서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 느린 모습의 주인공을 잡는듯 말이다. 편의점에 들어오는 모습과, 샌드위치를 고르는 모습까지 여유로웠다.

 

아마도 아침을 안먹었나보다. 샌드위치를 고르고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아저씨, 교통카드로 계산해주세요"

 

교통카드가 읽히는 동안, 난 이 특별한 여고생에게 궁금했던 걸 물어보았다.

 

"고등학생이죠? 요즘 학교수업 몇시부터 해요?"

 

"8시 10분이요~"

 

시간을 보니 오전 7시 35분에서 막 36분으로 넘어갔다.

 

"학교가 근처인가 보네요?"

 

그 여학생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아뇨~ 여기서 멀어요"

 

그리고는 계산된 샌드위치를 전자렌지에 살짝 돌리는 여유까지 부린다.

 

"늦게 가면 뭐라하지 않아요?"

 

"빨리 급하게 간다고 성적이 막 오르는 것도 아닌데요 뭘."

 

그리곤 느긋하게 샌드위치를 먹으며 걸어간다. 난 그 여학생이 사라질때까지 뒷모습을 봤는데 여전히 느긋했다.

 

그 학생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네 삶이나 신앙 모두 매우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삶을 영위하기 보다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도구들을 얻기 위해 바쁜 모습이나, 주께서 주신 놀라운 은혜에 대해 생각하거나 음미하며 누리기보다는 구원과 천국 혹은 복을 얻기위해 바삐 몸부림을 침으로서 주의 은혜를 값싼 은혜로 전락시키고 있진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모조록 하루동안 사소한 것들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와 그것에 대해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순간순간의 시간을 풍성하게 누림으로 하루의 삶 역시 꽉 찼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