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목회자

편의점 교회 들어가며.

숑숑숑~ 2013. 7. 2. 08:31

 

 

'우리는 진정 삶을 바라보고 있을까?'

 

난 항상 이것이 고민이었다.

흔히 사람은 자기의 고정화된 틀 밖으로 나가길 싫어한다. 그 안에서 머물면서 그것이 자신의 삶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일반화, 보편화시켜버린다. 또한 사람들은 현실의 괴로움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기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현실처럼 바라는 경우가 참 많이 있다. 그래서 우리네 TV를 틀면 어김없이 현실적이지 않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꿈같은 사랑노래에 흠뻑 젖어들곤 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 '진정 삶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란 존재는 목회자로서 그 바운더리 안에서만 살아왔다. 그랬기에 '내가 진정 삶을 바라보고 있을까?'라는 고민은 매우 큰 것이었다. 예수는 신에서 인간 그것도 가장 누추하고 보잘 것 없는 이들과 함께 했다. 모세는 왕궁을 벗어나 소똥을 밟고 살고 있을때 부름을 받았고, 아모스 역시 양을 치고 있으며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했다. 적어도 그리스도'인'이라 자신을 자처하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고정화된 틀'이 과연 보편적 인간의 삶인지를 생각해볼 줄 알아야하고, 특히나 '목회자'라면 더더욱 그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무엇을 마주하며(대면하며) 사는가의 집중'이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마주하셨듯,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모든 것에 진실로 마주하며 산다는 것. 그것이 참 인간, 그리스도인의 삶이며.. 하나님께로의, 세상에게로의 '사랑'일 것이다.

 

그런 고민이 하며, 사회의 이슈들을 바라봤다. 그러다 본 뉴스가 바로 '편의점 점장들의 자살'에 대한 것이었다. 동네에도 서너개씩 있는 편의점. 24시간 쉬지않고 손님을 마주하는 그 곳에 대체 어떤 일이 있기에 자신의 목숨을 그리도 많이 끊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제껏 그 곳을 손님의 시각으로만 경험했었기에, 만약 손님들을 만나는 다른 관점을 가진다면 그 손님들의 삶을 바라볼 수 있진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이 이슈에 대한 관심이 많아질 즈음, 필자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몸이 아파 잠을 못자다보니,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그렇다고 낮에 잠을 잘 수도 없었다. 돕던 교회에 주일만 사역을 하게 되었고, 평일의 시간 이왕이면 잠을 못자는 밤에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그때 이 이슈를 보았고, '야간 아르바이트를 해보면 어떨까?'란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게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날짜를 보니 딱 노동절(5.1)이었다. 인계받으며 그 날부로 그만두는 청년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부사관시험을 준비하려 그만둔다고 한다. 그 뿐아니다. 고3 아들 사과사준다고 200원 외상하는엄마, 아침 해장으로 소주를 외상해달라는 아저씨, 담배와 연이 먼 나에게 담배 위치를 알려주며 웃는 어르신, 새벽에 꼬맹이들 음료수 사준다고 같은거 찾아달라는 엄마, 회식하고 집으로 가는길 아들 좋아하는게 뭘까요 묻는 아저씨, 엄마 손에 울며 와서는 끝끝내 콜라 하나 쟁취해서 빙긋 웃는 초딩, 부대 복귀 전 어머니 좋아하는 음료수 한박스 몰래 사다놓고 간다는 잘생긴 군인아저씨. 

이게 모두 간밤을 지나며 만난 우리네 사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에 연연하며 진정 삶을 놓치고 있을지 모른다. 그리스도인 역시도 '천국'과 '복' 그리고 '신앙' 앞에 '삶'은 버려두고 있지 않은가? '삶'없이 '신앙'은 없고, '삶'없이 '구원'과 '천국'이 있을수 있을까?

 

이 이야기들은 그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나의 이야기이며, 나의 이야기인 동시에 너의 이야기이며, 너의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