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목회자

편의점 교회 2 - 쉽게 쉽게.

숑숑숑~ 2013. 7. 3. 07:27

 

 

우리는 이웃을 사랑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쉽게 남을 내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참 많다.

 

한번은 술 취한 분이 와서 소주를 계산하고, 갑자기 사탕을 한 움큼 집고 나가며 말한다.

 

"이만큼 샀으니 요정도는 공짜로 줄 수 있지?"

 

내가 너무 당황해서 말했다.

 

"가져가시면 안되요. 계산하시고 가져가셔야죠?"

 

그랬더니 욕을 한다. 그리고는 '어디 손님한테 함부러 말하느냐?'고 말한다. 본인의 행동은 생각하지 않은채 말이다. 행여 사람들과 감정적 대립이 있을때는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이야기하라는 아내의 조언이 있었기에, 침착하게 담담하게 이러이러해서 잘못한 거라고 설명을 했다. 술이 취해서인지 그 소리가 잔소리로 들렸는지 더 화를 낸다. 결국 화를 주체를 못해 스스로 경찰서에 전화를 한다.

 

"너 같은 놈은 경찰서에 끌려가야 돼"

 

"경찰서죠? 여기 OO편의점인데, 아니 물건파는 녀석이 사탕 몇개로 시비를 거네요. 좀 잡아가세요. 알바새끼가. 직업도 없는 쓰레기 같은 놈이 어디서 지랄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어서오세요"

 

순찰돌던 경찰이 왔다. 자초지종을 듣더니, 그 어르신에게

 

"어르신, 어르신이 잘못하신겁니다. 이거 그냥 가져가시면 절도죄예요. 거기다가 욕도 하시고 이러시면 안됩니다"

 

경찰이 내게도 말한다.

 

"수고하십니다. 일 크게 안만들고 그냥 달래서 돌려보내도 될런지요?"

 

"네,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는 경찰 두 명이 그 어르신을 데리고 나갔다.

 

술에 취해 한 행동과 말이니 이해를 하지만, '알바새끼가!, 직업도 없는 놈이!'란 말은 참 가슴이 아팠다. 나야 뭐 그러려니 하는데, 만약 내가 아니라 다른 청년들이 있었다면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이 경우는 술에 취해서 그런 말과 행동을 한 것이지만, 손님들의 이런 태도는 기본적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다. 뭐랄까? 딱 이렇게 직접적이진 않아도, 은근히 무시하시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왜 그럴까? 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건 아마도 손님이 왕이라는 생각과, 그 저변에는 타인의 입장을 생각지 않는 것이 깔려있어서 일테다.

 

이런 행위는 이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교회 안에도 타인의 입장과 생각을 하지 않는 말들이 많고, 그것이 교회 내의 문제가 되는 경우가 참 많이 있다.

 

특별히 목회자들의 언변은 더 큰 파급력을 가진다. 나도 목회자 이지만, 물론 목회자들마다 여러 설교들을 하고 다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야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다만, 가끔 장례식장에 가거나, 병문안을 가거나, 집안에 여러 일들이 있을때 가서 위로를 하기보다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기도 한다. 위로의 설교와 이야기를 하는 그 목회자는 그것이 상처가 될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스스로 그런 경험을 겪어본 적이 그다지 없기 때문이고, 그 아픔을 겪은 이들의 관점을 이해하려고 생각해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혼한 가정과 그 경험이 있는 가족들에게 이혼이 마치 잘못된 죄라고만 말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과정은 보지 않은 채 단순 결과로만 판단하는 것은 전혀 그리스도교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도리어 바리새적인 것이다. 그 뿐만 아니다. 질병을 가지고 돌아가신 분들이 계시고 간혹 평안히 돌아가시는 분들도 계신데, 평안한 죽음을 맞이하신 고인의 가족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누렸다고 말한다면, 상대적으로 거기 참석한 그렇지 않은 많은 이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될까? 어떤 질병을 가져 병문안가서도 그 질병을 악한 것이나 사탄에 의한 것으로 쉽게 규정한다면 그 또한 얼마나 무서운 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