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교회 8

편의점 교회 7 - 함께 함은 그는 나와 같다라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때론 인생을 살아가며 절망하고 좌절할 때가 많이 있다. 그 절망과 좌절은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은 일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누군가 자신의 아픔을 이해해주길 원하지만, 그렇지 못함에 더 심연으로 깊이 빠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신의 삶에서의 좌절은 그토록 깊이 아파하면서도, 그 자신 역시 다른 이의 삶은 무심히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늦은 밤에 있었던 일이다. 매일 술에 취해 오시는 아저씨 한분이 있다. 항상 소주 한병을 사서 가시는데, 늘 술에 취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횡설수설하며 들어오시고 나가신다. 거기다 늘 1200원을 딱 맞춰오시는데, 때론 백원짜리 혹은 오십원 십원짜리가 섞여있기도 하다. 난 무심히 삼각김밥과 빵이 들어와서 그걸 정리하고 있었다. ..

편의점 목회자 2013.11.09

편의점 교회 6 - 진정한 삶

요즘은 쉽게 정보를 찾고 얻을 수 있는 시대이다. 그렇다보니, 사실 정보는 많을지 몰라도 그것을 능숙하게 경험을 가지고 알고 말하는 이는 드물다. 그러다보니 온통 말뿐이다. 온라인상에서는 그런 걸 키보드 워리어라고도 부른다. 특히 목회자들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어찌나 입이 번지르하게 말만 하는지, 요즘 설교들은 화려한 정보로 넘쳐나지만 진정성있는 혹은 경험된 진실함은 빈듯 한 것이 사실이다. 매일 밤 자정즈음 라면을 사러 오는 아주머니가 계시다. 매번 다른 라면을 고르고는 늘 나보고 묻는다. "이 라면 먹어봤어요?", "맛이 어때요?", "어떤게 더 맛있어요?" 그러면 나는 매번 늘 같은 말로 대답한다. "먹어보진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해요" 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늘 그 아주머니는 ..

편의점 목회자 2013.10.05

편의점 교회 5 - 함께. 배려의 첫 마음.

매일 아침이면 오는 아이가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정도되어보이는 여자 아이인데, 올때마다 김밥이나 도시락을 기웃거리다가 오백원짜리 '미니약과'나 '사과쿠키'를 사서 간다. 벌써 나흘째 같은 모습이다. 예전 배고팠던 고등학교 유학시절, 모자란 돈을 가지고 항상 양많고 싸고 배부른 것을 고르느라 두리번거렸던 기억이 있었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 혹시나 해서 '아침 안먹었니?'라고 물어봤다. 하지만 이내 속으로 '아차!' 싶었다. 괜시리 어린 마음을 다치게 한거 같단 생각이 들어서 였다. 아침 8시면 폐기하는 도시락이 있기에 재빨리 다시 물었다. "아저씨가 마침 아침 먹으려고 하는데, 사실 아침 8시면 저기 도시락 폐기하거든? 오늘은 도시락이 많은데 너도 먹을래? 레이디퍼스트니깐 너에게 선택권을 줄께" 그랬더니..

편의점 목회자 2013.09.28

편의점 교회 4 - 진정한 관계.

요즘 이 시대는 무척 빠르다. 그래서 뭐든지 요약되고 생략된다. 요약되고 생략되다보니, 우리 마음도 요약되고 생략될 때가 참 많이 있다. 서로 마음을 주고 받는 것이 없어졌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관계는 '이익에 의한 이해관계'만이 남아버렸다. 이런 삭막한 세상을 어찌 되돌릴 수 있을까? 한번의 웃음이, 한번의 인사가 바꿀 수 있을까? 아침마다 오는 조금 부족한 친구가 있다. 매일 아침 엄마와 함께 와서 이것저것을 고르고 사서 간다. 하루는 미션이 있었나 보다. 매일 같이 들어오던 그 친구의 어머니는 밖에서 기다리시고, 그 친구가 딸기우유를 골라 계산대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는 만원을 낸다. 난 돈을 받아 딸기우유를 바코드찍고, 비닐봉지에 담은 후 거스름돈과 함께 그 친구에게 주었다. 그랬더니 그 봉지와..

편의점 목회자 2013.09.07

편의점 교회 3 - 중요한 건 마음.

나이가 들면서, 형식적인 부분이 많아지는 걸 느낀다. 생각해보면 너무도 감사할 일인데도, 이 몸 하나 편하고자 쉽게 물건을 사서 던져주듯 주고는 그 값어치가 마치 내 마음의 양인냥 생각하는 경우가 참 많다. 어버이날. 카네이션이 며칠 전부터 편의점 문밖에 진열 되어있었다. 7-8살정도되는 여자아이가 오전 7시반정도부터 8시넘어까지 앞에서 왔다갔다 했다. 어린 꼬마가 이른 시간에 오래 편의점 앞을 어른거리니까 조금 걱정도 되고, 궁금도 해서 나가서 물어봤다.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뭐라도 잃어버렸니?" 그러자 아이가 대답한다. "오늘 어버이날인데 이게(카네이션세트)가 너무 비싸요. 어제 엄마라 여길 지나가며 이 카네이션 드리기로 약속했는데.." 이렇게 말하면서 울먹거린다. 그 어린 마음을 생각하니 기특..

편의점 목회자 2013.07.04